반려견 입마개
최근 진돗개와 관련된 입마개 논란이 시끄럽다. 그래도 개에 대해서는 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모 연예인의 한 발언이 많은 진돗개 견주를 비롯한 중, 대형견 견주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도대체 입마개가 뭐길래 이런 논란이 일어난 걸까? 보더콜리의 견주인 나로서도 간과하기 어려운 논란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입마개는 어떤 견종이 해야 하는 걸까? 애당초 견종으로 분류한 것부터가 잘못인 걸까? 입마개를 하도록 한 것은 도대체 어떤 목적 때문일까?
1. 입마개 의무 견종
2021년 2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국가는 맹견 5종을 지정하여 외출 시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그리고 이 의무를 위반했을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국가에서 지정한 의무견종은 아메리칸스테퍼드셔 테리어,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로트아일러,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도사견이다. 지정된 5종의 견종은 모두 상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대형견이며, 힘이 세고 대체로 투견의 목적으로 만들어졌거나, 보호자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으로 다른 견종이나 동물들에게 상당한 공격성을 보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입마개 의무견종을 보면, 공격성이 있고, 다른 동물이나 견종, 사람들에게 공격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외출 시 입마개를 반드시 하도록 법적으로 정한 것이다. 즉, 비록 확률적으로 지정한 5종의 견종은 공격적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의무견종이 된 것이지만, 지정된 견종이 아니더라도 평소 공격적인 반려견이라면 되도록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이 의무규정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의무견종뿐만 아니라 체고가 좀 크다고 여겨지는 중, 대형견은 모두 마치 공격적이고 무서운 견종인 것처럼 오해를 형성하게 되면서, 많은 중, 대형견들이 산책을 나갔다가 입마개를 안 했다며 욕을 먹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 지정된 견종들이 모두 대형견들이다 보니, "대형견=공격적인 개=입마개"라는 공식이 사람들에게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견주들이 반려견들과 산책을 하다 이유 없이 욕을 먹거나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며, 나 또한 보더콜리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괜히 사람들에게 눈치를 받거나 욕을 먹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괜스레 산책하는데 위축되게 된다.
2. 입마개 필요 견
사실 "입마개 필요 견종"이라는 말 자체가 적절치 않다. 왜냐하면 입마개가 필요한지 아닌지 여부는 견종으로 나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중, 대형견이 다 공격적이어서 입마개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듯이 소형견이어서 덜 공격적이고 입마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모 연예인의 유튜브에서의 발언이 사람들에게 상당한 공분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바로 위에 제시했던 '대형견=공격적인 개=입마개'라는 인식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물론 진돗개는 사냥개로 분류되며,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대단하기 때문에 자칫 공격적인 개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나의 개가 공격적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그 개의 종류가 사냥개인지, 대형견인지, 호전적인지의 여부보다는 얼마나 견주와 신뢰와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친 사회적인지의 여부일 것이다. 견종에 따라 유달리 친사회성이 높은 견종도 있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견종도 있지만, 그것이 그 품종의 모든 개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산책 시 견주가 얼마나 자신의 반려견을 잘 리드할 수 있고, 평소 그 반려견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였는지 여부가 사실 산책과정에서의 사고발생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덩치가 몇 배는 큰 보더콜리보다 터줏대감인 비숑이 훨씬 더 사나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왜냐하면 자기가 더 우위에 서기 위해서다. 오히려 보더콜리다 비숑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즉, 반려견이 크냐 작으냐의 문제보다, 각 개별적인 성향과 기질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락부락하게 생겼다고 모두 무서운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좀 더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이분법적이 사고로 평가하기보다는 좀 더 다양성을 이해하고 성숙하게 판단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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