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보통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들을 '고양이 집사'라고 칭한다. 그 이유는 고양이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은 마치 집사처럼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의 심기를 잘 살피며 보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려견들과는 고양이들의 특성들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마치 차도녀 같다. 와서 안기고 부비부비하고 애교를 부리다가 갑자기 성질을 부리고 떠나는가 하면, 어떤 맛있는 간식을 대령해도 자신의 그날 기분에 맞지 않으면 절대 먹으려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고양이 집사들은 고양이 주인님의 기분을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귀여움에 반해 덜컥 입양을 했다가 고양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따라서 어느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고양이는 그 어느 동물들보다도 공부가 많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생각이 된다. 필자도 꽤 오랫동안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관련 서적들도 많이 섭렵했다고 여기지만, 아직도 우리 집 고양이들을 보면 여전히 새롭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면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고양이는 털이 매우 많이 빠지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반려인들을 많이 봐왔었다. 만약 집에 털들이 날리는 것, 옷에 고양이 털이 잔뜩 묻는 것 등이 절대적으로 싫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고양이를 키워서는 안 된다. 고양이의 털 빠짐 문제는 인류역사의 난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거 내가 다니던 동물병원 수의사분이 "만약 고양이 털 빠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그만큼 고양이의 털 빠짐은 갈등의 요소이다. 나는 이런 털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우리 가족도 이 문제에 모두 동의했다고 여긴다면 비로소 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고양이는 함께 살지만 의존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독립적인 동물이다. 마치 반려견들처럼 반려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항상 함께하기를 바라는 반려동물을 원한다면 고양이는 적절하지 않다. 고양이는 자기의 필요에 의해 반려인에게 애교를 부리고 의존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그 시간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가 내가 원할 때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고양이를 나무란다면, 고양이와 반려인의 사이는 매우 안 좋아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고려를 하고 고양이를 입양을 하기로 했다면 본격적으로 입양 준비를 해야 한다.
1) 고양이 입양 전 준비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이 있는데, 바로 화장실과 모래, 이동용 케리어, 스크래쳐 등이다. 고양이는 신기하리만치 자신의 화장실을 본능적으로 인식한다. 필자가 아기고양이를 구조해서 데려왔는데,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도 본능적으로 화장실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만약 화장실을 준비하지 못하면 고양이는 어디에 볼일을 봐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되고 자신이 볼 때 움푹하니 화장실처럼 생겼다고 여기는 곳에 볼일을 보거나, 푹신한 이불에 실례를 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면 화장실과 모래는 반드시 먼저 구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나면 예방접종을 위한 병원방문이 여러 차례 있는데, 고양이는 개들처럼 안고 가거나 하네스 등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이동용 케리어가 필요하다. 고양이는 낯선 환경을 매우 싫어하며, 두려움에 숨으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안고 가다 놓치게 되면 영영 그 고양이는 찾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반드시 케리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고양이는 스크래쳐를 뜯으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긴장을 해소하기 때문에, 입양 전에 미리 스크래쳐를 집에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집안의 소파나 쿠션이 고양이 발톱에 뜯기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판지를 이용해 제작한 스크레쳐들이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놓으면, 고양이는 다른 곳에 스크레치를 내지 않게 된다.
특히 어린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이것저것 물어뜯는 습성으로 인해 전기코드나 케이블, 비닐, 실이나 끈 종류 등을 물어뜯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하여 미리 아기 고양이가 접근하거나 가지고 놀지 않도록 방지를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고양이의 장난감이 되어버려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혹은 아기 고양이가 잘못 삼켜서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고양이의 사료나 간식은 시중에 굉장히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는데, 고양이들 특성상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에 대해 상당한 거부반응과 회피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약 아기고양이를 입양한다면 연령에 맞는 베이비 사료를 준비하면 되지만, 성묘를 입양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존에 고양이가 먹던 사료를 계속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자칫 아이가 먹지 않던 새로운 사료나 간식을 잔뜩 샀다가 찬밥신세가 돼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위해서는 수직운동을 할 수 있는 캣타워나 캣폴등이 필요하다. 이는 아기 고양이에게는 처음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성묘를 입양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런 수직운동을 위한 것들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조망하는 것을 매우 즐겨하며, 높은 곳에서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타워나 폴은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품목 중에 하나이다.
2) 고양이를 키우기 위한 마음가짐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이다. 도도한 것 같지만 약간 허당기가 있고, 애교가 매우 많지만 때로는 밀당을 잘하기도 한다. 고양이의 눈이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면 마치 마법의 수정구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듯 신비롭다. 고양이의 성격이 때로는 까칠하고 예민한 부분이 나타나서 이를 잘못 수용하거나 반응하게 되면 반려묘와 집사의 관계형성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고양이는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봐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집사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다가올 때는 안정감 있게 고양이를 안아주거나 쓰다듬어주면서 사랑을 주면 된다.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지만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주어야 하며,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돌봄은 지양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양이의 시간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다른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 고양이의 보통 수명이 12년 ~ 15년 남짓인데. 고양이는 길지 않은 자신의 삶과 생명을 반려인에게 의탁하게 되는 것이기에, 반려인은 반려묘가 우리와 사는 동안 행복하고 안정되게 살다가 고양이 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책임감과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우리 고양이들을 대한다면, 누구보다도 행복감을 경험하는 고양이 집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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